게임과 학습의 결합이라는 것은 수십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꿈 꿔온 원대한 이상입니다. 당신의 아이가 공부는 죽어라 하기 싫어하면서 게임에는 환장하고 달려든다고 생각해보세요. 게임을 즐기고 있는 아이에게 자연스럽게
“으이그 이놈아. 공부를 그렇게 해 봐라!!”
라고 말하게 되겠죠? 게임이 가진 너무나 흥미진진한 요소들. 도저히 그만둘 수 없고 눈을 떼면 다시 생각나게 만드는 그런 Hooker에 주목한 뇌과학자들은 게임에 학습을 결합시킴으로써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습니다. 그러나 현실은? 대실패였죠. 눈에 띄는 성공을 거준 사례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.
저도 게임을 좋아하고 어려서부터 많이 즐겨온 게이머로서 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. 그래서 차근차근, case by case로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시뮬레이션이 가능합니다.
- 공부를 좋아하고 게임에는 별 관심없는 경우
: 이 경우는 게임이 필요없습니다. 이미 충분히 공부에 대해 집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상태이므로 게임에 정신을 분산시키는 것보다는 주위를 조용히 만들어 텍스트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됩니다.
결론 – 게임 필요 없음 - 공부를 좋아하지만 게임도 좋아하는 경우
이 경우 딜레마에 빠지기 쉽습니다. 공부에 흥미를 느껴 열심히 하다보면 게임의 흥미진진함이 떠오르고 어느 정도 게임을 즐기고 나면 공부에 대한 욕심이 올라와 다시 책을 펼치는 타입이지요. 제가 이쪽에 속하는 군이기 때문에 이 심리를 매우 잘 압니다. 저도 뇌과학자들처럼 게임과 공부를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참 많이 했어요. 그런데, 그건 불가능합니다. 왜냐하면 그들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양 극단에서 서로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거든요. 이런 타입일수록 순수한 게임성에 열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. 그저 공부가 싫고 시간을 떼우려고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가진 그 매력에 완전히 매몰되고 싶은 감정이 드는 것이거든요. 그러니 어설프게 결합되어 공부도 게임도 아닌 형태가 눈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.
결론 – 중화되어 미적지근해진 게임으로는 이들에게 어필할 수 없음 - 공부는 싫어하지만 게임은 좋아하는 경우
이 사람들은 2번의 사람들과는 달리 정말로 게임이 좋아서 한다기보다 진정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찾지 못해 게임으로 시간을 떼우는 경우가 많아요. (물론 100%는 아닙니다. 게임 자체가 적성인 사람들-프로게이머-도 있을 수 있겠죠) 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부하라는, 책을 들여다보라는 강요가 아니라 좀 더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하게 만들어 정말 좋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게 만들어주는 일이예요. 굳이 게임과 공부를 엮어 들이대봤자 별 효과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.
결론 – 이들에게 게임과 학습의 결합은 효과를 발생시키기 어려움 - 공부를 싫어하고 게임도 좋아하지 않는 경우
말이 필요없겠죠? 둘 다 좋아하지 않는데 효과가 있을리가 없겠지요?
결론 – 이들에겐 무용지물임
어찌 보면 궤변같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는 주장 아닌가요? 공부와 게임이라는 두가지 변수를 가지고 상황을 네 가지로 쪼개보면 그 어떤 경우에도 게임과 공부의 결합은 매력적이지 못해요. 때문에 아무리 공들여 만들어도 성공하지 못하고 효과가 나지 않는 것입니다. 제가 볼 때 게임과 학습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힘든 존재인 것 같네요.

